D-3weeks 단상 :: 2009.08.24 19:01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즐겁다.


사람들이 헤어짐과 만남을 통해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공항, 게이트로 가기 전 조용히 즐기는 차 한잔, 독서와 다이어리에 끄적이기, 눈이 즐겁지만 오래있으면 머리아픈 duty free 쇼핑 (공항에서 나는 보통 견과류나 초콜렛 한 봉지를 사서 transit기다리는 시간에 열심히 스도꾸를 한다ㅋㅋ). 남들이 싫어하는 장시간 비행도 난 너무 좋다, 신발은 벋어두고 담요를 목부터 발까지 다 둘러싸고 베게 껴 앉고 음악듣고, 책읽고, 영화보고... 10시간 넘게 언제 또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겠는가. 

밤 비행은 특히 너무 좋다 (비상구 쪽에 앉아야 할 때 빼고...). 일몰과 일출을 볼때마다 심장이 두근두근. 얼마전 탄자니아에서 카타르로 갈때 처음으로 비행기에서 달을 봤다. 정말 절구 찍는 토끼가 살 것 같은 달. 마치 달나라로 여행가는 것 처럼 황홀했다 (비상구 쪽에 앉은 것 빼고...). 그때 '달'에 관련된 모든 노래는 열심히 iPod돌려가며 들었다. Frank Sinatra의 Fly Me To The Moon, Audrey Heburn과 내가 한때 기타 연습하던 Moonriver, Cat Stevens의 Moonshadow, Van Morrison의 Moondance, Sting의 Moon Over Bourbon Street, Eels의 Climbing Up To The Moon, The Waterboys의 Whole Of The Moon, 박정현의 달, 그리고 요즘 한창 뜨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달이 차오른다, 가자 까지 ㅎ 그러면서 왜 이렇게 달에 관한 노래가 많을까 한참 생각했느답이 나오질 않았다.


작년 Cambridge갔을 때. 그땐 내가 1년 뒤 여기서 공부할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근데 이번 영국 유학 만큼은 기분이 많이 다르다. 두려움 70% 설렘 30%. (이 30%를 크게 셋으로 쪼개면 새집꾸미기, 새로운 사람들 만나기, 새로운 것 배우기)1년이라는 기간이 정말 짧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인지 내 앞길을 좀처럼 스케치 할 수가 없다. (출국 날짜에 맞춰 제대로 갈 수나 있을런지....이놈의 비자!!!)

새로운 학문에 눈을 뜬다는 것은 설레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새로운 사람들은 만나는 것 또한 새로운 세상을 여행하는 것 같아 항상 설렌다. 새집 꾸미기 역시 너무 신난다 (신혼부부들은 얼마나 신날까). 그런데 세계 각 국에서 온 쟁쟁한 사람들과, 경험이 훨씬 풍부한 사람들 사이에서 잘 해내지 못할까봐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수석이 뭘 못하겠어!"- 마치 내 성공은 따논 당상인 것처럼 얘기를 한다. 나조차 내 자신을 100% 알지 못하는데 남들이 날 어찌 이해하겠는가 T_T... 이러한 주위 사람들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내가 더 두려워 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1년이 지난 후 내가 어디 있을런지. 내 생각은 또 어떻게 바뀔런지...취직을 할지, 공부를 더 할지, 봉사를 할지, 다 버리고 또 어디론가 떠날지, 사랑에 푹 빠져 결혼을 할지 ㅋ... 불안불안하다. 전처럼 울타리가 없기 때문에...혼자 살고 이런건 다 익숙하지만 이젠 진짜 혼자 힘으로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하고 싶은건 너무 많은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개발학이라는 학문,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가 한국에  극소수라는 사실도... 두렵다. 

그런데 오늘 밤 버스타고 집에 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두렵지만 내가 이 길을 자진해서 간다는 건 그 두려움을 극복할 용기가 있기 때문이고 어떤 경험을 하든지 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라는 것. 내가 끝까지 이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요 몇달간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는 노래. 무한 반복에 버스타러 가는길, 집에 오는길, 집에 와서 기타 finger picking으로 부르는 노래. Beyonce의 Ave Maria :) 정신적으로 지쳐있다면 당장 Play 버튼 클릭클릭!



✽✽✽✽✽

지난 주 토요일에 오랜만에 학부 사람들을 만났는데, 민우오빠께서 책을 선물로 주셨다 (고마워요, i lovvee getting books for gifts!). 한비야 에세이. 사실 한비야님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지만 그녀의 책을 읽는 건 처음이다. 며칠전에 버스에서 읽다 표시해 둔 부분이 있었는데 마음에 와닿는 기도문이 있어 여기 다시 적어볼란다.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

주여,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게 해주시고
제가 할 수 없는 것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나도 그녀처럼 이 기도문을 머리와 가슴에 깊이 새겨야겠다.